“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1990년대 초반 힙합 1세대를 이끈남성 듀오 “듀스”의 노래“굴레를 벗어나”의 첫 소절입니다.
아~ 추억이 새록새록~ 저도 저~ 이현도 머리 했었어요! (그때 먹었던 욕이 평생먹은 욕의 80%)
이 소절이 얼마 전부터는 “난 누구? 여긴 어디?”라는말로 존재감 없이 당혹스러운 상황일 때를 비유하는 유행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맡은 업무가 잘 안 될 때나, 가끔씩 찾아오는 슬럼프 때 드는 생각이라면 걱정이 덜 한데, (궁서체)이 생각이 매일을 넘어 매달, 매년으로 넘어가게 되면 심각해집니다. (정말 심각하고 진지해서 궁서체를 썼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모금가”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으로 생기게 되는 피해는 나와 소속된 단체을 넘어서 공공의 선으로 도움을받고 희망을 얻는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참 비극적이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왜 생기는 걸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ㅠ_ㅠ 제발 좀 알려주세요!
그 이유에 대해 제 나름의 개똥 철학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지금의 내 자리가 “4가지가 없는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발음에 주의해 주세요 -_-);;
첫 번째는 “능력이 없는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모금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역량이 부족하게 되면 그것만큼 힘든 자리가 없습니다. 모금은 생각 이상으로 전문적이고 많은 지식이 필요할 뿐만아니라 수 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한 경험과 지혜가 있어야 하는 자리 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쟁취하지 않으면 어느새 인가 내 자리에는 “무능력”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됩니다.
두 번째는 “비전이 없는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단체는 어떤가요?그리고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가요? 때깔 좋은 단체명과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 연혁이 빽빽하게 적힌 현란한 브로셔가 단체의 전부는 아니죠. 기부자를 현금인출기로, 모금가를 돈 뽑아오는 심부름 꾼으로 이해하는 CEO와 (심지어는 모금가의존재 조차도 모르는…) 윗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실무 관리자, 초심을 잃고 바짝 엎드린 동료들, 그 누구도 멘토가 되지 못하는 상황. 이쯤 되면 퇴사 외에는 답이 안보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보람이 없는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수술 받은 환자,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치고 취업에 성공한 학생, 투쟁으로 지켜내 보존되는환경, 고초를 겪었지만 결국 풀려난 양심수, 새 주인을 찾은 버려졌던 동물들, 물, 식량, 교육을 얻은 제 3세계의사람들… 이들이 경험한 변화를 통해 느끼는 보람은 “모금가”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보상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스스로에게 선물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듀스의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없는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선하고 착합니다. 가끔은 어리석을 만큼 그 정도가 심해 본인의 희생이 단체와 수혜자들을 위한 필수 요소라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없으면 아무것도 안될 거라는 생각에 휴식도 안 하고, 가족도 못 챙깁니다. 때문에 건강을 잃기도 하고 가족의 사랑을 잃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일 합니다. 그러다가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데 슬럼프가 그냥 커피라면 번아웃은 T.O.P입니다. 나를 잃어 버려 내가 없는 자리가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 자리에 이 4가지를 채울 수 있을 까요?
“능력”은 스스로가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며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갈 때 어느 순간 “능력”은 여러분의 자리를 채워줄 것입니다. 다만, 계속하지않으면 또 사라지니까 주의하세요!
“비전”은 솔직히 저도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아직 실무자고 위에 계신 분들을 바꾸기엔 힘이 없지요. 하지만 저는 “긍정의 힘”과 “나비효과”를 믿습니다. 스스로 변화하면서 주위에 그 변화를 퍼뜨려 주세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제 개인적인 레시피는 희생 3스푼, 타협 1스푼, 투쟁 5스푼, 잘생김 1스푼 정도입니다.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존재해야 합니다. 모금가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단체가 기부자들만큼이나 모금가들에게도 피드백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수혜자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듣고 느끼는 경험을 한 사람과 돈만 받아와서 회계 처리 부서에 전달한 사람의 업무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사람이되어야 합니다. 본인을 돌보고 야망도 가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단,이타적인 이기주의여야 합니다. (어…어렵다!) 여러분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분이 없어도 단체는 잘.. 아주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프거나 번아웃에 빠지면 단체는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있어도 있는 게 아니고 없어도 없는 게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기억할 것은 우리는 어느 나이든 분들의 자식이면서 한 사람의 배우자이자 토끼 같은 아들 딸들의 부모입니다. 나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일한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여러분이 이기적인 행복을 추구할 때 단체에서 진심으로 이타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아들이 4살 때 몇 주 동안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하던 저에게 전화로 했던말을 잊지 못합니다.
“아빠!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요맘때 쯤이었을 거에요. 아들~ 미안했어 ㅠ_ㅠ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서는 야망을 가지세요. 지금의 여러분이 느끼고 있는 부족함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수 없습니다.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가진 리더의 자리를 당신의 것으로 만드세요. 그러면 여러분뿐만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겪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세울 수 있는 드넓은 광야입니다. 그 곳에 여러분만의 자리를 만드시길 바라며 다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자리에는 4가지가 있나요?”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최종협 모금기획/요청/사회공헌 사업개발/기부자 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