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내 기부금이 운영비나 인건비로 쓰이는 게 싫어요. 기부금 100%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곳에 기부하고 싶어요.
A. 기부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요긴하게 잘 쓰이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당연하죠. 그런데 잠깐! 기부금을 잘 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때 여러 가지 오해가 생겨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NGO의 운영비나 인건비의 사용에 대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영비와 인건비는 기부금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필수경비입니다. 단체의 운영과 인력의 안정성이 있어야 사업 역량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임팩트 있는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요. 운영비와 인건비가 넉넉해야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기부금을 깐깐하게 관리해서 새는 돈이 줄어듭니다. 결국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아지죠. 이 비용들이 생각보다 조금 높다고 해서 기부금이 허비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운영비나 인건비 비율은 단체의 규모나 사업 내용, 사업 방식, 사업이 이루어지는 국가와 지역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를 보아도 최소 15% 이상 최대 50%까지도 사용되곤 합니다. 기부금을 100% 직접 사업에 쓰는 경우는 기관 자산이 충분해서 주식·부동산 등의 운용소득으로 운영 및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와,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다른 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배분·대행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100%를 사업에 다 사용한다고 해도 전달구간이 길다면 비용이 적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발품을 팔면서 일하는 곳들은 대체로 운영비와 인건비가 늘 부족합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기부금 전액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복잡 미묘하기도 합니다. 취약계층의 삶이 곤란한 이유는 단지 돈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매달 제공되는 얼마의 돈으로 삶의 여건을 나아지게 하기 어렵습니다. NGO들은 아주 오랫동안 전쟁·기근·결핍·굶주림 등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 기부금을 제공하기 보다는 그들의 주변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양질의 교육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변화 모델로 만들고 현장을 발로 뛰며 다양한 조정과 협력으로 일합니다. 또 나름의 사업 전문성을 기반으로 그 일에 기부자들이 믿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으로 기부 요청을 하는데 이 모든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회계장부에는 운영비 또는 인건비로 기록되곤 합니다.
100%를 사업에 쓰는 곳에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기부금이 더 잘 쓰이기를 바란다면 단순히 비율로 선택하기보다는 단체의 일하는 방식을 질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중앙일보 공익섹션 The Butter_[황신애의 기부상담소] 기부금 100% 전달, 정말 좋은 기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