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입니다. 꽃비 내리니 이 곳 저 곳에서 사랑이야기 많이 들려옵니다. 그래도 모금가라고 문득 모금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 터무니 없는 상상 해봅니다. 이정도면 기.승.전.모금. 병입니다. 그래도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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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선 삶이 기술(技術)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라고 누가 말했다 합니다. 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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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h Fromm (1900.3.23.~19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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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실마리를 찾자면 외국의 거액모금전문가들이 비슷한 말을 한다고 합니다. 거액모금은 기부자와의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그 과정에는 숨겨진 기술이 있다고… 그러고 보니 프롬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여러모로 있어 보입니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관계관리 스킬을 넘어서 기부자와의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그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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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거액모금을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주목해볼만 합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과 성장에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일’이라 말한 프롬의 철학을 잠시 빌려 오겠습니다. 모금으로 바꿔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모금이란 ‘기부자의 나눔과 성장에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일이다.’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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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은 ‘사랑의 기술’을 크게 ‘이론의 습득’과 ‘실천의 습득’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거액모금을 위한 ‘사랑의 기술’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기부자의 나눔과 성장에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일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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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형성(Relationship)’이고, 두번째는 실천을 통한 ‘관계다지기(Cultiv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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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펀드레이저가 잠재거액기부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그는 먼저 거액기부의 원리를 알아야 할 것이고 탐색작업을 통해 선별된 잠재기부자에 대한 기본 사실들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그러한 다이내믹한 원리와 기본 사실들을 바탕으로 잠재거액기부자를 이해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사랑의 기술’의 첫 번째 기술인 ‘관계형성 기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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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펀드레이저와 조직이 이러한 이론적 지식과 정보를 모두 얻은 후 잠재거액기부자와 ‘관계형성’을 하였다 하더라도 거액기부를 요청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필자 역시 이 부분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거액 기부자와의 ‘관계다지기(Cultivation)’라는 배양 단계를 수없이 반복하는 실무와 훈련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펀드레이저와 그 조직은 거액 모금기술을 숙달하게 되고 마침내 거액기부자에게 프로포즈(요청, Asking)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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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로맨스를 완성하는 두 번째 ‘사랑의 기술‘, 실천단계인 ‘관계다지기 기술’ 은 무엇일까요?
관계다지기 과정의 목적은 ‘관계형성’을 통해 신뢰를 쌓아온 잠재기부자들에게 단체의 미션과 프로그램, 목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잠재기부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거액기부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시켜 실제로 거액기부행위를 이끌어 내는 데에 있습니다. 이는 결국 잠재기부자를 거액기부자로 개발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레이저, 자원봉사자집단, 거액기부개발위원회와 같은 모금관련 부서 뿐 아니라 조직전체의 전사적인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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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다지기’ 전략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잠재거액기부자 개인과 자원활동가 또는 ‘내츄럴파트너(Natural Partners)’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개별적 관계 다지기 전략(Individual Cultivation)’이 있습니다. 개별 전략은 훈련된 전, 현직의 인정받는 사회적 리더를 잠재거액기부자와 개인적 관계로 연계시킴으로써 강력한 거액기부를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관계가 잘 다져진다면 거액모금의 성공확률은 굉장히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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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체의 명성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벤트와 기부자 참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계를 다져나가는 ‘대중적 관계 다지기 전략(Mass Cultivation)’이 있습니다. 이는 다수의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거액기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시킬 때 유용한 전략입니다. 주요 CEO 교육모임, CEO 조찬모임, 금융권 VIP고객모임, MDRT 회원모임 등이 대중적 관계 다지기 전략에 적합한 타겟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전략에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체의 규모, 미션과 거액기부 전략방향을 고려해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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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잠재 거액기부자와의 관계를 보다 강력하게 다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잠재 거액기부자를 이사로 선임하기, 자원봉사활동에 참여시키기, 잠재 기부자를 위한 특별 강연회(강연자 혹은 참석자로 참여), 잠재 기부자를 위한 자선의 밤, 기존 거액기부자와의 네트워킹 연결 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 모두 이론보다는 실천을 통해서 펀드레이저와 단체가 습득할수 있는 기술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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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이론으로 무장하고 실천의 기술을 숙달하게 된 펀드레이저와 조직은 시나브로 놀라운 변화를 맛보게 될것입니다. 관계형성과 관계다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거액기부요청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거액기부자와의 깊은 유대관계 속에 요청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게 되며, 실패의 가능성도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거액기부를 요청 할 적절한 시기, 금액, 적절한 핵심플레이어(거액기부를 강력하게 요청할 핵심멤버)를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랑의 기술을 연마한 펀드레이저는 이제 사랑하는 이(기부자)에게 프로포즈(요청,Asking) 할 일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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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관계형성 기술’과 ‘관계다지기 기술’이라는 두 가지 ‘사랑의 기술’을 몸과 마음에 맞게 습득하고 활용한다면 분명 어느새 거액기부자와 로맨스에 빠져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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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모금에 왕도는 없어 보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허나, 당신이 펀드레이저라면 본인만의 ‘사랑의 기술’ 하나쯤은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럼, 프롬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올해에는 부자만 찾아다니지 말고 부족했던 제가 먼저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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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갖고 있는 자가 부자가 아니다. 많이 주는 자가 부자이다.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안달을 하는 자는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가난한 사람, 가난해진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부자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中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이민구
(고려대학교 기금기획본부 수석펀드레이저 / imgoo79@gmail.com)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모금 펀드레이저
개인 고액기부 및 계획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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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아주 오래전에, 기업체나 개인의 부를 재분배하는 용도로, 로비를 하고 싶어 벨기에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공식적으로 업무를 맡고 일하던 떄에, FIFA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을 알고는 이 많은 돈을,
아시아의 여성과 아이들 NGO단체에 기부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벌써, 세월이 13년 흘렀습니다. 그꿈은 당연히, 스르륵…현실의 상황에…이행못했는데..
지인을 통해, 대한민국에도..이렇게 기부금관련 일을 하시는 펀드레이저가 있다는 것에 놀라워 글써봅니다.
미국유학시절, 펀드레이징 이라는 수업을 수강했었기에…더 반갑습니다.
못 이룬 꿈이지만, 다시 기억이 나네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벨기에로 달려가실 정도면 정말 엄청난 열정을 가지신 분임에 틀림없군요! FIFA가 신숙경님을 만나서 좋은 일에 그 큰돈을 사용했더라면 요즘같은 사단은 나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댓글속에서 1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열정이 느껴져 저도 덩달아 흥분되고 기분이 좋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유학시절 수강하셨던 펀드레이징 수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시면 다른분들께도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