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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은 ‘모금의 꽃’이라고 한다. 수락 혹은 거절이라는 결과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한 송이 꽃이 되기까지의 시간과 투여된 정성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요청을 위해서는 관계,준비,실행이라는 3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앞서 첫 번째, 두 번째 칼럼을 통해 이야기 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모금의 화려한 꽃을 피우게 할 ‘실행’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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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다. 적어도 사람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한 사람을 두고 상상만으로 그 사람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아무리 예상을 해봐도 그 사람의 첫 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저서>.
대부분 모금가들은 기부자의 ‘첫 장’을 넘기는 것에 주저거리면서 멈춘다. 그리고 안 된다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못했다’고 해야 되는 데 우리는 ‘안 된다’고 단정해 버린다. 견고하게 다져진 관계, 모금에 대한 철저한 준비, 그리고 실행… 실행을 위한 한 발을 내 딛지 못하고 갖가지 걱정과 추측을 하고 더 앞서가서는 거절에 대한 자기변명을 먼저 준비한다. 한 유명한 가수가 아름다운 금발 여성과 함께 로맨틱한 식사를 하는 영상이 있다. 그러나 그 영상의 끝부분에서는 아름다운 금발 여성은 바로 아프간하운드(Afghan Hound) 반려견으로 개와 함께 혼자 식사를 하는 반전 장면을 보여준다. 2분짜리의 영상 끝에 나타난 ‘사람은 만나야 채워진다’라는 광고 카피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요식업 홍보 영상을 보면서 마치 우리 모금가들이 현장에서 ‘실행’에 앞서 이것저것 상상하고 기대하고, 고민하는 걱정을 비유해 놓은 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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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자와의 만남에 대한, 정확히 말해서는 ‘거절’에 대한 불안한 상상과 걱정을 떨치고 ‘실행’만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6 Rights’는 Right person, Right Reason, Right time, Right way, Right Amount, Right ask를 의미 하는데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이유를 가지고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적절한 금액을 가지고 적절하게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적절한’이라는 표현은 기부자와의 관계와 준비를 통해 기부자에게 가장 알맞은, 혹은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6 Rights 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적절한 요청(Right ask)이다. 이 요청은 기부자를 만나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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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을 위한 몇 가지 경험적 성공요소는
첫째, ‘만나서 요청하는 것이다’라는 매우 단순한 제안이다. 되도록 많이 만나서 명분의 접촉 횟수를 늘리게 하는 것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사는 케이티는 7주 동안 18,000박스 이상의 쿠키를 팔아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쿠키를 팔았냐고 물었더니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쿠키를 사달라고 요청했다” 라는 대답을 했다.
몇 년 전 한 단체에서 조사한 자료에서도 기부자들에게 어떤 이유로 기부를 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50% 이상이 ‘요청했기 때문에 기부했다’라는 답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쇼생크의 탈출>이라는 영화에서도 주인공 앤디는 주의회에 1주일에 1회씩 꾸준하게 모금편지를 써서 교도소에 도서관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카사노바>라는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연애의 성공을 높이는 이유로 많이 만나기 때문이라는 자기고백을 한다.
결국 요청의 성공은 만나서 모금가의 입으로 요청하는 횟수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나는 것 자체가 성격상 ‘두려움’이 되는 모금가가 있다면 이건 좀 다른 영역의 문제가 되지만 만나지도 않고 한두 번 만나서 무언가 끝을 보자라는 섣부른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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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만나서 요청할 때는 항상 여쭙고 요청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도,빌린 돈 받을 때도 상대의 사정과 기분을 따지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기부 받을 때는 왜 이런 배려를 잊어버리게 되는지 의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데, 아니 안주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기부를 받아야 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기부자의 거절을 낯설어 하는지 모르겠다. 기부가 가능한지 우리가 보여주는 명분이 당신에게도 공감이 되는지 여쭙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여쭙는다는 것은 정중히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질문의 7가지 힘>이라는 책에서는 질문을 하면 어떤 성과를 내게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질문을 하면 상대가 질문에 대해 상상하게 되며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고, 그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확인 할 수 있게 되어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이게 되고 그 개입은 책임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답을 말하면서 상대는 스스로 설득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주고받음을 통해 마음 문을 열게 되어 관계 형성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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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꼭 얼굴을 맞대어야만 만남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다. 수많은 기부자들을 다 만나야만 한다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은 고액기부자 혹은 특정 대상자만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우리가 느끼지 않지만 우리는 기부자들과의 접점이 매우 다양하다.
단체문자나 편지, 그리고 조직으로 걸려오는 일상적인 전화(모금가가 직접 받지는 않아도) 등. 이 경우도 대면은 아니지만 ‘모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부자가 모금가와 조직을 만나는 순간인 것이다. 이 순간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단체메세지가 아니라 좀 더 개별적인 메시지로 표현되는 방법이 있다면 기부자와의 관계가 더 깊어질 것이다. 몇 백 명, 몇 천 명의 기부자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물론 한계가 있겠지만 모금가가 아닌 몇 몇 단체에 기부하는 기부자로써 내가 받은 단체 문자중 짧지만 그래도 미소 짓게 하고 지우지 않고 간직하게 만든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개인적 메시지란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감사와 기부금의 의미를 포함한 것, 기부자와의 일화를 기록한 것, 기부자의 일상 중에 기념할 만한 것을 깨닫게 해 준 것, 일상에서 함께 알거나 겪고 있는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언급한 것 이다.
몇 가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예로 들면 한 다문화단체에 일시금으로 후원을 한 적이 있었다. 후원금을 보내고 담당자에게 너무 적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10분도 안되어서 그 담당자는(필리핀 여성) “적지만 매우 의미 있는 기부금입니다” 라는 서투른 한글로 짧은 답문을 보내왔다. ‘매우 의미 있는’이라는 문장이 나를 뿌듯하게 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정기 후원금 감사 문자를 보내온 한 단체는 “매일 매일 회원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 바람이 무진장 분다고 합니다. 바람맞지 않는 날 되세요. ^^”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출근길 고생한 기억을 되살리며, 일상의 공감을 공유한다는 것이 매우 가깝게 여겨졌던 기억에 기회가 되면 증액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기부자 관리’를 위한 문자보내기, 메일보내기, 만나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부자와의 관계’를 위한 문자보내기, 메일보내기, 만나기라는 생각의 전환을 갖는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리를 위한 문자는 사무적일 수밖에 없지만 관계를 위한 문자나 만남은 다른 언어와 다른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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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예절이다.
아무런 연고 없이 불쑥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관계와 진지한 준비를 바탕으로 용기 있는 실행을 해야 한다. 요청에 앞서 ‘易地思之’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기부자라면 ‘나’라는 모금가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확인해 보아야 한다.
다시 요청예법의 처음 주제인 ‘관계’로 돌아가 보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관계는 상식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 상식이란? 좋은 ‘나’, 좋은 ‘이웃, 좋은 ’공동체‘가 되어야 관계가 성립된다. 특정한 목적을 두고 관계를 맺기 위해 조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금가의 삶 속에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상식적 이였나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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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정현경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 blindnet@hanmail.net )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으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모금활동가로 일한다. 사회복지와 경영을 전공하였으며, 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기부와 모금이라는 단어가 정착되기 전부터 복지와 자원개발을 어우르고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풀어내는 모금해법을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모금을 디자인하라』,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공저), 『장애인복지와 개발』(공저), 연구논문으로 『6시그마를 적용한 비영리조직의 모금활성화 연구』가 있으며, 현재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모금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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