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기부(Transformative gift)’는 기부를 통해서 기부자, 수혜기관, 사회 모두 큰 변화를 경험하는 기부입니다. 자선적 기부에서 더 나아가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기부를 말합니다. 영화 빌리 엘리엇에서 빌리가 발레를 알게 되고 신나 뛰었던 것처럼 저도 변혁적 기부를 알게 되고 나서 기뻐서 뛰었습니다. 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그 쿵쾅거림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글을 씁니다.
5월 20일 고려대 근속 20주년을 개인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이날 변혁적 기부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서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님은 전략적 기부와 자선의 새 개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변혁적 기부자의 네 가지 특징에 대해 나누어 주었습니다.
첫째, 변혁적 기부자는 지렛대(Leverage)의 의미를 아는 분들입니다. 사회가 가진 문제를 어느 지점을 건드려 들어올릴 수 있는 지 아는 분들입니다. 내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면 되는 지 알고 그 지점에 대해서 수혜기관이 역할을 하도록 요청하고 기부하는 분입니다.
두 번째로, 변혁적 기부자들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아는 분들입니다.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사회속으로 당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아젠다가 확산될 수 있는 지 아는 사람입니다.
세 번째로, 인간이 가진 개방성, 즉 자신의 존재와 하는 일이 온 우주의 질서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네 번째로, 핵심고리에 대한 철저한 통찰을 하는 사람입니다. 변혁적 기부자는 굉장히 사소한 것인데 어떤 핵심고리를 압니다. 그래서 얼치기 대충으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변혁적 기부자는 겸손합니다. 자신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자신의 실존보다 크다는 걸 압니다. 사회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기에 힘이 부족하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겸손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말하면 변혁적 기부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겁니다. 토크콘서트 강사로 모신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야말로 바로 변혁적 기부자의 모델입니다. 김대표님은 SDS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네이버 창립맴버로 시작해서 네이버의 한게임대표를 역임하며 네이버 핵심멤버로 활동하였습니다. 이후 회사를 나와서 카카오톡과 JOH 및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은 베어베터의 대표일입니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분이 기업을 방문해서 영업을 하는데 수위에게 박대를 받은 적도 있답니다.
베어베터는 전체 직원 110명중 90명이 발달장애인으로 발달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회사입니다. 올해 장애인의 날에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여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면 혹시 잘 모르실수도 있어 말씀드리면 정신지체와 자폐를 발달장애라고 합니다. 정신지체는 지적인 면에서 자폐는 감정적인 면에서 소통이 어려운 친구들을 말하지요. 발달장애인 고용은 장애인 고용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신체장애의 경우 오히려 사람이 없어서 못 쓸 정도입니다. 전산, 콜센터 등에 배치해서 활용할 수 있는 인기 인력입니다. 반면 발달장애인 고용율은 5%에 미치지 못합니다.
변혁적 기부자의 지렛대 역할과 관련해서 김정호 대표님이 착안한 것은 발달장애인 고용에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베어베터는 회사가 이익이 나면 이익분을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장애인을 고용하는 모델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에서 보장한 임금을 지급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베어베터는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유럽의 회사보다 훨씬 뛰어난 시스템과 경쟁력있는 회사입니다. 세계를 통틀어 전산업종에 베어베터처럼 많은 인력을 고용한 회사가 있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베어베터와 비교할 회사가 전세계를 보더라도 없습니다. 얼마 전 유엔에 베어베터 사례가 보고되었고 세계적인 장애인 고용 모델로 화제가 될 것입니다.
김정호 대표님이 대학을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고 추진하는 것을 보며 변혁적 기부자가 티핑포인트를 안다는 게 이해되었습니다. 김정호 대표님은 처음에는 베어베터와 같은 회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장애인고용의 문제가 해결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재무재표 상세한 자료까지 공개하면서 협조를 해주었지만 설명을 듣고 간 사람들은 깜깜 무소식. 그 이유는 이익이 남지 않아서였습니다. 베어베터 모델은 모든 이익을 장애인 고용으로 환원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좋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모델입니다.
그래서, 김대표님이 새로운 대안으로 착안한 것이 대학입니다. 200개가 넘는 대학에서 장애인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것을 통해서 고용분담금을 감면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모델이 만들어 진다면 장애인 고용의 새 역사가 쓰여지겠다고 판단한 거지요.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학이 고대가 되었으면 해서 2013년부터 저와 함께 하였습니다.
김대표님은 고대와 장애인자회사 설립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학교의 고용분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비용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점을 정리해서 자료로 제안해주셨습니다. 지난 5년간 학교법인에서 부담한 고용분담금은 44억으로 이중 학교의 부분도 9억 가까이 됩니다. 고용부담율이 상향조정될 것이기에 장애인 자회사를 설립해서 학교가 절감하게 될 비용은 향후 10년간 200억이 넘게 됩니다. 김정호 대표는 최근 장애인자회사 프로젝트를 학교가 진행할 수 있도록 목적성 기금으로 2억5천만원 기부를 해주셨습니다. 학교가 장애인자회사 설립기금으로 2억5천만원을 투입하면 장애인고용공단의 시설투자비로 7억5억원을 지원금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200억 넘는 고용분담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2억5천만원 투자에 207억5천만원을 수익(83배 수익률)을 가져오는 인터넷벤처 대박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김정호 대표님을 보며 변혁적 기부자의 겸손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우게 됩니다. 2013년에 의욕적으로 총장 품의까지 받고 장애인고용공단과 MOU까지 체결했지만 진행이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깊은 우울감이 들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2014년 말부터 다시 진행되어 이제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계마다 진행이 더디고 같은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하는 것은 물론 선의에 대한 오해의 시선을 느끼면서 답답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김대표님이 말했습니다. ‘2년 걸린다고 했잖아요. 대학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하는데 그정도 걸려요. 천천히 되지만 그게 제일 빠른 겁니다’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이진희 대표님과 공동대표 체제로 베어베터를 운영하는 것에서도 많이 배웁니다. 실제 회사 운영과 살림은 잘 할 수 있는 분에게 위임하고 김대표님은 베어베터의 영업맨으로 현장을 누비며 ‘을’로 살아갑니다.
변혁적 기부자는 사회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모금가를 춤추게 합니다. 모금가를 변하게 합니다. 우리 모금가들이 변혁적 기부를 접하며 춤추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기부자와 함께 우리의 삶이 변하고 우리가 속한 단체, 사회가 변하는 위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
(고려대학교 기금기획본부 모금기획차장 / torch@korea.kr)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 잘하는 비결로 나왔던 ‘공기 반, 소리 반’처럼 ‘모금반, 상담 반’으로 기부와 심리학 두가지에 꽂혀 삽니다. 대학모금실무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디렉터로 집중거액 캠페인,거액모금,부동산/유증,모금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5년이 걸렸 지만 지금은 거액 기부자와 전화하고 만나는 게 오래된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재미있습니다. 모금반, 상담반으로 후배 모금가들이 지치지 않고 길을 가도록 돕고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