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들은 산책길에서 직접 찍었습니다. 메인 사진은 몸이 불편한 남편과 그 옆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산책다니는 노부부의 뒷모습입니다. 그 분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올 3월부터 아침에 집앞 산길을 산책합니다. 말티즈 ‘또롱이’를 데리고 6시에 집을 나서서 1시간 정도 돌고 오지요. 작년에도 그 길을 가끔씩 걸었습니다. 그때는 한참 중년기 우울감으로 힘들어 할 때여서 걸으며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힘들었습니다. 뭐 이런 거지요,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 본 걸 겁니다. 아내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났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 어린 시절 그런 마음 아픈 일이 왜 있었을까?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역기능적인 사고 혹은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면은 축소하고 부정적인 것을 확대하는 왜곡이나 내가 지금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다면 내 인생은 망한거야 라는 파국적인 사고 등이지요. 우리가 우울하거나 불안한 것은 이런 특징적인 사고패턴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이 맞는 지 확인하여 융통성있는 사고를 갖게 해서 기분과 행동의 변화를 도모한다면 생활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접근이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치료의 핵심입니다. (*참고도서: 기분다스리기, 데니스 그린버거, 크리스틴 페데스키 공저, 학지사)
모금기술/실천 코너에서 웬 산책과 인지치료 이야기냐고 의아해 하실 분도 있습니다.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제가 15년간 대학모금일을 하며 들었던 말 중 에 인상깊은 문장 하나와 관련있기 때문입니다. “기금을 모으는 일은 친구를 모으는 일이다, Fund-raising is friend-raising”. 둘째,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제가 산책을 하며 체득한 여러 사람과 인사 나누고 말을 쉽게 거는 법칙을 한번 적용 해보고, 부자와 기부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을 점검해본다면 거액기부자 친구를 더 많이, 쉽게 사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시 산책 이야기로 돌아갈께요. 규칙적으로 산책을 하면서 낯선 사람들(기부자도 처음에는 낯설지요. 오래지나도 낯선분도 있지만)과 인사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제1원칙. 친구가 되려면 먼저 친구로 여겨야 한다! 산책길에서 인사를 받으려면 내가 인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부자와 친구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기본적으로 거액기부자가 살아온 삶과 그 분 자체에 대해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한 경우 부자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관(부자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 부자들은 썩었어. 쉽게 돈을 벌었을 거야….)이 기부자에게 심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사람은 영물이어서 금방 압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긍정적인 감정, 관심과 호기심, 존중하는 마음을 마음에 품고 기부자를 대하시길. |
제2원칙.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산책길에서 인사를 했을 때 인사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맞춤(eye contact)이었습니다. 오는 분과 멀리서부터 눈맞춤 이 되면 인사를 했을 때 인사할 경향이 높아집니다. 마찬가지로 기부자와 친구가 되려면 접촉이 있어야 하는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합니다. 실무자가 거액기부자를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기부식입니다. 소식지 인터뷰 때입니다. 그럴 때 먼저 눈맞춤을 하며 기부자에게 인사하고 간단한 정보를 담아 인사말을 건네고(이번에 OO상을 받으셨는데 축하드려요) 명함을 드리고 행사/인터뷰를 마친 후 인사를 드리고(문자, 이메일, 전화) 접촉을 쌓아가는 건 친구가 되는 시작으로 좋습니다. |
제3원칙. 기부자의 성향을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접촉이 중요하다고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한다면 실례입니다. 산책길에서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을 끼거나 얼굴을 둘둘 천으로 가리고 다니는 분은 그냥 내버려 둡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이어폰을 머쓱해서 꼽고 다니는 분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분은 인사하면 인사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접촉을 꺼리시거는 분도 있습니다. 아니면 직접적인 접촉은 싫고 문자나 전화로만 통화하자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의 성향을 알아채고 인정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면 그런 분과도 언젠가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산책길에서 말티즈 또롱이와 같이 다니는 게 인사할 때 경계심을 줄이는데 50점은 먹고 들어갑니다. 기부자가 모금가인 여러분을 편하게 받아들일 뭔가(기부자 친구분의 소개, 단체 대표의 전화, 언론에 모금가로 노출되는 거,기부자와 같은 취미활동, 자기 요즘 지내는 이야기 소개 등)를 가지고 접촉하는 게 좋습니다. |
제5원칙. 기부자 주변을 챙기자! 기부자가 기부자 가족이나 다른 사람과 같이 다니는 경우입니다.이럴 때 관계가 형성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산책길에서도 둘, 셋 그룹으로 있는 경우 인사를 하면 쉽게 받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하면 그 중 한명은 인사를 받습니다. 그룹의 모두가 인사를 받으면 대단히 우호적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부자가 그룹으로만 만나려고 할 때 그 그룹의 다른 사람를 챙겨서 친하게 되면 기부자와도 친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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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원칙. 계기가 생기면 쉽게 친해진다! 산책길에서 새초롬하게 지나치던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인사했는데 ‘뭥미’하는 표정으로 지나치셨지요. 그러다 같은 성당에서 우연히 만나서 ‘우리 어디서?’하다 ‘강아지!’하시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산책길에서 저를 보면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요즘은 사는 이야기도 같이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기부자와도 어떤 계기가 생기면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 계기는 상황마다 다를 텐데 카드게임의 조커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기대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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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원칙. 반응이 없더라도 계속 인사한다! 이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저도 산책길에서 인사를 할 때 산책길 친구들이 많이 생긴 요즘이지만 100명에게 인사하면10명 정도에게서는 냉랭한 반응을 받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냉랭한 반응이 싫어서 인사를 안할 때도 있습니다. 기부자에게 다가갔는데 기부자가 반응이 없거나 차가운 반응을 보이면 괜히 그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계속 인사하다보면 그 중 어떤 분은 반응을 하게 될 겁니다. 계속 할 수 있으려면 동기가 중요합니다. 왜 모금일을 합니까? 왜 거액기부자를 만나고 친해지려 합니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계속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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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묻는다면 이타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심리학에서 이타주의는 단순히 남을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에게 결핍된 것을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게 이타주의입니다. 기부자는 돈이 없어서, 돈을 가지기 위해 고통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돈을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돈이 없거나 돈을 가지기 위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을 돕고자 이타주의를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금방 친구가 되거나 아니면 오래 걸리거나 혹시 친구가 안되더라도.
(고려대학교 기금기획본부 모금기획차장 / torch@korea.kr)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 잘하는 비결로 나왔던 ‘공기 반, 소리 반’처럼 ‘모금반, 상담 반’으로 기부와 심리학 두가지에 꽂혀 삽니다. 대학모금실무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디렉터로 집중거액 캠페인,거액모금,부동산/유증,모금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5년이 걸렸 지만 지금은 거액 기부자와 전화하고 만나는 게 오래된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재미있습니다. 모금반, 상담반으로 후배 모금가들이 지치지 않고 길을 가도록 돕고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