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인터뷰를 글자로 옮기는 작업은 8시간 만에 끝났다. 8시간의 긴 작업이 끝나고 다시 16시간을 포털사이트를 통해 키워드를 찾고, SNS에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월요일 아침 10:22분에 개인 페이스 북에 이렇게 올렸다.
2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나종민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재미’와 ‘솔직’ 이었고, 8시간 동안 녹취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즐거움’ 이었으며, 16시간 사이버 공간에서 확인한 것은 ‘역동’, ‘기여’, ‘어우러짐’ 그리고 ‘에너지’였다.
모금가 나종민!
‘모금가’라는 표현은 저랑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제가 하는 한국 홍보 프로젝트가 많은 자원이 필요한 일이고 그런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긴 해요.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아르케, 144쪽)」에서 ‘모금가’ 서경덕으로 인터뷰 하고 싶다는 첫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람을 만날 때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로 확인 하는 작업이다. 그래야 질문을 할 수 있다. 질문이 명확하고 좋아야 진실 되고 얻고자 하는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나, 모금가 아니에요! 라고 말 할 수 없어요. 현실적으로 사진사이지만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고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 저로써는 ‘모금’, ‘모금가’라는 역할을 부수적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부분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현재에도 점차 비중을 늘려가면서 견고히 하려고 하구요, 내가 모금가이다 아니다의 논리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혹은 의미적으로 함께 맞물려야 하는 영역이에요. 사진유랑단을 하면서 「바라봄사진관」의 목적사업을 위해 모금쪽으로 집중하는 시점이 되었어요. 그 이후부터 모금에 대한 비중이 조직에서 점점 커져갔구요. 그러나 당신이 모금가냐고 물어본다면 전제조건을 하나 걸고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내가 만약에 이 일이 재미없다면.. 그 다음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것이 ‘모금가’인건 확실해요. “
*사진유랑단: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은 평소 사진관 찾기가 불편하거나 어려운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그들이 사진기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진관과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등가원칙
재미? 도대체 뭐가 재미있고, 없다는 것인지.. 그리고 비영리 조직은 가치와 변화에 대한 소명 내지 사명이 없으면 안 되는 경건하고 고귀한 영역인데 ‘재미’라니.. 무슨 이런 불경스러운 단어란 말이냐. 나부터도 ‘모금’ 이라하면 목부터 턱 막히고 가슴에서 부터 답답하게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돌덩이 인데.. 아니 당신이 생각하는 그 ‘재미’라는 것이 뭐냐고 서둘러 물었다.
” 재미지지.. 모금이란 거 너무 재미나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모금이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모금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고 그 마음과 일치하는 것에 대해 서로 나누는 것이 모금이잖아요. 상대방의 심리를 알고 거기에 반응하고 그리고 적절히 대응하는 그 과정들이 재미 그 자체이지요. “
나종민의 전직, 그러니까 비영리에서 일하기 전에는 IT분야 컴퓨터 회사에서 21년을 일했다. 지사장으로 조직관리가 책임 업무였지만 결국 영업도 관리 못지않은 그의 업무였다. 그래서 이것도 영리에서의 영업과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2년 전인가 대전에서 진행된 한 모금교육에서 강사가 모금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내 옆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나종민은 ‘저거 내가 옛날에 했던 영업이랑 똑같네’ 하면서 팔짱을 끼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니 성스러운 모금을 영업과 비교하다니.. 엄연히 모금과 영업은 다르다. 그런데 모금과 똑같다고 하다니..
” 내가 20년 동안 영업을 했어요. 고객을 만날 때 적어도 나는 보여지거나 만져지는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확실한 유형의 제품을 손에 들고 만나요. 고객은 내가 파는 물건을 선택하고 나는 그에 정당한 돈을 받아요. 고객은 그 물건에 상응하는 적당한 가격을 나에게 지불하고 제품을 소유하는 거지요. 보통의 영업이 그렇잖아요. 나는 고객에서 공짜로 돈을 받지도 않을뿐더러 고객도 본인이 선택한 제품을 손에 넣어요. 고객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해요. 그러나 감사인사는 고객이 내 물건을 선택해서 고마운 거지 나에게 돈을 줘서, 도움을 줘서 고마운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기부자들에게 역시 똑같은 감사의 마음을 갖는데 그 감사는 영업할 때 가졌던 고마움보다 더 강도 높은 거예요. 기부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준다는 둥, 사회변화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둥. 나눔의 기회를 준다는 둥 하는 논리로 비영리에서 말들은 하지만 솔직히 기부자 입장에서 정말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치를 확실히 보여줬는지, 참여를 보장해 줬는지, 나눔 기회를 기부자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정말 자신할 수 있는지 저는 묻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가 기부자에게 약속한 가치, 변화, 참여 이런 것들을 기부자에게 완벽하게 돌려준 단체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기부자에게 언제 한번이라도 정중하게 지속적으로 물어봤는지? “
기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으니까 주는 거예요’라던가 ‘생기면 나눌게요.’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요.’ 라고 말 하는 것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반면 혹자는 기부와 나눔은 남아서 혹은 넘쳐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손실이 수반되는 마이너스의 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나종민은 기부는 등.가.원.칙.이라고 지금 말하고 있다. 주고받는 것이 명확해야 하며 뭔가 얻기를 원하면 그와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 이런 등가원칙이 성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만의 자기논리, 비영리만의 자기방어 같은 말들로 기부자들에게 안일하게 대처하는 기존 비영리 조직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다.
빛으로 빚을 갚다.
나종민이 착한사진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초기에 한 기자가 만들어 준 기사 제목이다. 단 하나의 문장 안에 나종민의 정체성, 바라봄 사진관의 목적사업, 그리고 세상에 빚이 있다는 삶의 태도, 기부와 나눔의 등가원칙이 다 들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기준으로 볼 때 엄청난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먹을 걱정, 입을 걱정, 학비 걱정 없이 부모님의 살뜰한 애정으로 살았다. 몸 건강했고 학교 잘 다녔고 졸업해서 취직도 했다. 좋은 직장에서 지사장이라는 타이틀로 괜찮은 연봉도 받았다. 그 사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사랑 많은 지혜로운 자녀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살면서 이런 행복과 여유로움은 개인의 잘남이나 특별한 복일 것이다. 그러나 나종민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이웃에게 돌려줘야 할 세상에 진 빚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나도 우리 집사람도 세상에 진 빚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봉사를 한다거나 기부를 한적이 없었어요. 언젠가는 돌려줘야 하는데 그 기회를 찾고만 있었어요.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사진이었어요. 어릴 때 집에 필름 카메라가 장롱 속 깊숙이 있었어요. 어렸기 때문에 만지면 안 된다는 금기, 호기심 뭐 그런 것 때문에 더욱더 그것에 애착이 갔을 거예요. 사진을 찍기 보다는 단순한 기계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서 빛의 노출을 길게 하는 ‘장노출’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자동차 불빛을 한번 찍어보겠다고 육교 위 난간에서 밤을 세운적도 있구요.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으면 이런 구도로 잡을까 저런 구도로 잡을까 고민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사진을 선택하게 되었죠. “
사진만으로도 충분하게 빛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 텐데 「바라봄사진관」이라는 비영리 조직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
” 한번은 장애인시설에 봉사를 갔는데요. 거기에 살고 계시는 분이 ‘사진관에서 오셨어요?’ 그러시는 거예요. 그 질문 하나가 「바라봄사진관」의 시작이 되었어요. 특히 장애인이나 소외계층 입장에서 ‘사진’을 생각하게 되었구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요. 자기가 해 왔던 경험, 자기가 누리는 환경이요. 골프가 일상적인 생활체육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고급스포츠 일수도 있겠죠. 시대가 변하면서 생기는 기준의 변화도 있는데 사진은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특별한 날 찍을 수 있는 것 이었고, 사진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귀한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보편화 되어 있잖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게요. 예전에 사랑니 뺀 적이 있어요. 위로 난 사랑니는 일반치과에서 뽑을 수 있는데 옆으로 난 사랑니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좀 복잡한 수술이 되어서 일반치과에서는 그런 환자를 꺼려한다고 하더라구요. 보편화 된 ‘사진’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아직 보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가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어떤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사진관에 갔다고 쳐봐요. 장애인 고객 위주의 접근성이나 배려가 준비되어있는 일반 사진관이 몇 개나 있을까요. 같은 비용에 투여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영받지 못하는 고객이 될 수밖에 없을 껄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면 장애인들은 사진관 가는 것이 힘들어 질 테고, 내가 일반치과에서 눈치 봤을 때 ‘아니 내 돈 내고 왜 눈치 보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와 같이 장애인분들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사진이라는 것, 사실 먹고 사는 것에 지장주는 것도 아니고 긴급한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더욱더 못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더 하고 싶었어요. “
Two Track – 다변화와 재정안정
「바라봄사진관」이라는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로 3년의 시간을 지나오고 있다. ‘모금은 부수적으로 치부하기에 너무 많은 부분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조직 리더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다가오는 고민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의문과 개인으로 할 수 있는 ‘빛으로 빚을 갚다’의 활동을 굳이 조직화해서 더 크게 확장하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다.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의 확장을 하기 위함일까?
” 조직의 정체성과 조직형태를 여러 번 전환하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나름 시행착오죠. 대접받지 못하는 분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경, 조명기 뭐 그런 구색만 갖추는 물리적인 기반만 준비를 했지요. 초반에 저를 포함해서 총 3명의 사진사가 시작을 했는데, 각기 사진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비율은 다르지만 수익 부분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있었어요. 사진촬영이 무료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수익구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진관 운영도 해야 하고 경비, 급여까지는 아니지만 활동비도 일정 부분 필요하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적자가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수요가 많아서 꾸준하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고 수요는 한정적인데 수혜자는 늘어나는 구조가 되다 보니까 자연스레 외부 후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이익을 많이 낼수록 우리가 해야 하는 사업을 더 많이 그리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요. 그래서 중간 중간에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형태로 구조를 변경할까 고민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도 물어봤어요. 결국은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라는 비영리 단체로 「바라봄사진관」이 탄생을 하게 되었어요. “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두 가지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하기 위한 경비 즉 돈이다. 비영리 영역에서 항상 생각지 못하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바로 ‘돈’이다. 일할 사람은 있으나 일하는 사람의 삶은 늘 기여와 헌신이라는 선한 단어로 가려져 있다. 또한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도 우리는 무시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빛으로 빚을 갚기’위해서는 빛이 될 수 있는 재정적 안정과 전문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영리영역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과 경비에 대한 것은 ‘대상자’에게 순도 높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 사업비를 직접비, 인건비 등을 간접비로 구분 짓는다. 기부자들은 직접비를 선호하고 인건비라는 간접비에 기부금이 많이 편성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의 기금모금가이자 활동가인 댄 팔로타(Dan Pallotta)는 2013년 3월 TED 강연에서 ‘우리가 자선에 대하여 생각하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 되었다(The way we think about charity is dead wrong)’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놓았다.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간접비용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선일까”라는 것이다. 이 질문을 던져놓으면서 펼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그는 5만 달러의 시드머니(seedmoney)로 에이즈 환자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하는 행사인 ‘에이즈 라이드(AIDS Rides)’를 기획했습니다. 9년 만에 이 자본을 1,982배 증가시켰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도 1억800만 달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후 ‘유방암의 3일’을 시작했습니다. 35만 달러를 초기 투자해 5년 만에 그 기금의 554배인 1억94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전면 광고를 하고, 황금시간대 라디오와 TV 광고를 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그는 이 모든 행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그의 단체가 간접비로 총수입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50명의 유능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간접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직했다”며 “그해 유방암 연구를 위한 총수입은 무려 84%나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5%의 간접비를 쓰는 빵 바자회가 40%의 간접비를 쓰는 전문적인 모금 회사보다 더 옳은가요?”
이렇게 되물으며 그는 “우리는 도덕성(morality)과 근검절약(frugality)을 혼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빵 바자회가 71억 달러를 모금하고 전문 모금 회사가 710억 달러를 모금했다면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겠느냐고 그는 묻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23/2014062303362.html]
비영리 영역에서 인력에 대한 지원은 곧 직접비이다. 직접비의 부족은 서비스에 영향이 미칠 뿐 아니라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의 삶을 훼손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영리 영역에서 좋은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전문적 기량에 대한 일정부분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에 대한 확대가 필요했어요. 물론 수익을 위해서 대상을 확대한 것은 아니에요.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 이었지만 아동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해야 하는 일들이 상당부분 많이 생겼거든요. 자연스럽게 사업영역이 다변화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일반 영리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우리 「바라봄사진관」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그들은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책무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인 우리들의 재주를 필요로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전문성에 대한 비용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거죠. 이러다 보니 일반 영리기업과 함께 한다는 것은 사업모델의 다양화 뿐 아니라 일정부분 비용이라는 경비 수익이 발생되니 재무적인 구조의 안정도 보장되더라구요.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될 부분이기도 해요. 비영리 조직은 항상 Two Track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사업의 다변화와 재정의 안정! 사업이 다양해지는 일도 재미있고 재정도 안정되니 돈 걱정 안 해서 행복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쪽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우리의 정체성만 고집하다 보면 ‘돈’이 안 되더라도 조직의 재정능력을 무시하고 조직원의 헌신만을 앞세워 사업을 할 수도 있고, ‘돈’을 쫓다보면 우리의 색깔이 없어지게 되요. 또 ‘재미’만을 쫓다보면 수익 구조만을 보고 덥석 물기도 하고, 저 역시 순간순간의 판단에 늘 신중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숙성된 공감이 바로 지인모금
비영리 조직에서의 모금은 현실이고 생존이지만 우리는 애써 현실과 생존을 우아하게 포장하거나 입 밖으로 내 뱉지 않는다. 그래서 모금은 두려운 거다. 나종민은 「바라봄사진관」에서의 모금은 ‘현실이고 생존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솔직하게 고백해서 나는 속이 후련해 졌다.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세 가지 주제는 돈, 죽음, 세금이라고 한다.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대상에게 ‘돈’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기부자는 모금가를 보고 기부를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 ‘나’를 아는 기부자에게 기부 요청을 해야 한다. 낯선 사람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 먼저 모금가와 가까이 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대상이다. 2014년에 시작한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은 지방을 중심으로 찾아다니면서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서 70여 일 동안 희망목표액을 104% 달성하여 총 20,826,430원을 모금하였다.
” 한 240여명에게 기부를 받았는데 80%~90%정도가 아시는 분이었어요. 기부자와 모금가 두 사람은 역할은 다르지만 어떤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와 공감이 없으면 모금과 기부라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아요. 뭐 한 두 번 정도 한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겠죠. 왜냐하면 아는 사람이 요청한 거니까. 우리가 경조사 챙기듯이 약간의 의무 같은 성격을 가지고 주고받음이 일어날 수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모금이나 의무적으로 부탁 받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체면치레로 주는 기부는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지인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은 맞지만 관계가 있는, 다시 말해서 충실하게 잘 숙성된 신뢰와 공감이 있다고 믿는 지인에게 기부요청을 해요. 3F! Family, Friend, Fan 결국 이들이 기부자가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요.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저는 지금도 네트워크의 확장과 관계의 견고함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지인이 언제 나에게 기부자가 될지 모르는 과정과 시간은 굉장한 지구력과 애정을 필요로 해요. 그리고 우리 지인들은 나종민과 「바라봄사진관」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기부가 더 의미 있는 거예요. 그리고 좀 전략적으로 생각해봐도,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요청해서 성공하는 것 보다 아는 사람에게 요청해서 성공하는 것이 확률적으로도 높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했고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예요. “
지인이 기부자가 되는 과정은 나종민 개인이 쌓아온 태도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선한 일에 대한 정체성과 진정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거나 유지될 수 없다면 기부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적 관계라는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금은 돈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작업이다.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관계가 숙성된 지인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다. 지인이 기부자가 되는 순간까지의 전 과정들은 상대에 따라 개별화와 맞춤화가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기부자라는 관계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확인과 소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 크라우드펀딩에 기부를 했었다. 나 역시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삶에 지지를 보내고 싶었다. 기부를 하고 얼마 있다가 지방출장으로 며칠 동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나는 나종민으로부터 온 수많은 부재중 전화 횟수에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놀란 맘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현경아, 기부해 줘서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첫 마디를 쏟아낸다. 부재중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큰일 벌어진 줄 알았다고 타박하면서 친한 사이끼리 무슨 감사표현을 하냐고 되물었더니 “감사원칙” 이라는 한 마디 말로 명쾌하게 응수한다. 그가 말하는 ‘감사원칙’은 가족이건 가족이 아니건, 친하고 안 친하고를 떠나서, 소액기부자이건 고액기부자이건 무조건 감사표현을 해야 한단다. 가까우니까, 가족이니까, 직장 부하니까,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내 맘을 알겠지 라는 태도를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족에게 가까운 지인에게 감사인사를 더욱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종민은 지인의 기부를 적어도 ‘당연’하게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나는 그의 이런 태도가 믿음직스럽다.
반응과 현실화 : 재미의 원천
나종민의 생활태도중 하나는 ‘찍히면 준다’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단체 모임, 혹은 행사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나면 개인별로 사진을 보내준다. 나종민을 아는 사람치고 그에게 찍힌 프로필 사진 한 두 장 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에게 찍히면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가 인물 훤하다라는 평을 듣게 된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 맴돌며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한다. 나종민 페이스북을 보게 되면 세상에는 즐거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늘상 재미있고 신나고 돈을 내면서 행복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의 카메라는 그런 일상만을 잘도 찾아 빛으로 엮어낸다.
” 많은 사람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어요. 저를 알고 나서 나눔이나 기부를 모르던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저는 재미있어요. 비영리를 알게 된 계기가 제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거예요. 관심을 가지게 되면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곳이라도 기부도 하고 봉사도 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굉장히 기분 좋아요. 관심을 갖게 만들고 기부나 봉사를 하기에 앞서 가지게 되는 질문과 호기심을 해소해 주죠. 일부러 제주도에서 서울에 있는 「바라봄사진관」에 증명사진 한 장을 찍으러 오는 기부자, 여행 갈려고 저금한 돈을 통째로 사진유랑단에 들고 온 모녀, 어머니 칠순 사진을 찍고 비용의 3배를 기부하고 가는 딸. 사람들의 반응이 현실화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거 에요. 그리고 제가 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
안정적이면서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
” 제 이야기가 방송이나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젊은 친구들이 전화가 와요. 좋은 일, 재미, 가치와 같은 단어를 중심으로 질문을 해요.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그 환상이 깨져서 상처만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슴이 아파요.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는 그 일을 하는 시간만을 단편적으로 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이면을 봐야 해요. 제가 앞서서 고민했던 재정의 안정은 조직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개인에 대한 또 다른 책임이기도 해요. 일을 하는 그 시간은 즐겁지만 그 일을 하기 전과 그 후, 일 외에 다른 개인적 시간들에 대해서 안정이 보장되어야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더군요. 이 일도 철저하게 직업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해요. 직업의식 뿐 아니라 자기 삶의 기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도 필요해요. 삶의 기준이 명확해야 행복할 수 있어요. 현재로써 이 분야는 적게 버는 일임이 확실해요. 전문 영역으로써의 대우를 받아야 됨이 맞지만 아직은 현실이 녹록하지 않아요. 이 일을 하고 싶다면 경제적 부분의 기준을 최대한 낮춰야 해요.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데 둘 다 갖으려고 하면 본인만 다치는 거죠. 안정적이면서 좋을 일 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야 해요. 좀 더 냉정한 자세로 이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영리기업이지만 내가 삶과 세상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은 비영리 영역이에요. “
젊은 사람들에게 격려하기 위해 하는 말들 중에 ‘잘 하는 것을 찾기 보다는 재미있는 일로 직업을 삼아라’ 라고 한다. 이 말이 자칫 위험한 것은 재미있는 일을 위해서 다른 것들이 배제되거나 소홀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양면을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직언을 서슴없이 해주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기성세대가 취해야 될 태도일 것이다.
프롤로그
2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글자로 옮기는 작업은 작게는 8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이상 걸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귀와 손이 쉼 없이 움직이면서도 나의 뇌 한 곳에서는 끊임없이 ‘이것이 마지막이다’, ‘이것이 마지막 녹취작업이다’를 염불하듯이 외운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이것이 마지막이다’라는 되뇌임이 덜 했다. 왜냐하면 나도 이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당장 로또로 억만금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선천적 재능도 없고 뛰어난 능력도 확실히 없다. 그러나 비영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모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내 삶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바라봄사진관」 나종민이 말한 삶의 ‘재미’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그 ‘재미’ 말이다.
-Interviewer : 정현경, 이경원
-정 리 : 정현경, 이경원
2 Comments
티비를 통해 나종민 작가?님을 보게됐는데 여기서도 또! 뵙게 되는군요.
전남에서 모금가 교육을 받고 그 이후 다양한 곳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저에게 막.. 해보고 싶다 라는 나도 할수있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막 막 그래요…
저도 장애인복지관에서 사진봉사를 한번! 딱 한번 해봤는데요…. 피드백이 안오더라구요.. 사진을 찍어드리긴했는데 이게 좋아하는 건지 뭔지 잘몰라서 2번째 시도해보기가 살짝 두렵습니다.ㅠㅠ 실력이 부족한 것도 한 몫하는 것 같구요.ㅠ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 좋은 이야기 많이 만날수 있을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행복하세요~
그러셨군요?(^ ^) 이충현님 반갑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남기는 작업이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봉사활동까지 하셨다니 저는 부럽기만 합니다^^
앞으로 좋은 이야기 많이많이 들려주세요~ 항상 귀열고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