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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의 모금 패러다임 전환 -복지권을 중심으로-

 

[1. 복지권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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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모금’은 늘 어렵고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모금’은 언제나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였고 풀리지 않는 숙제였으며 나와 조직의 성과 측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모금’은 ‘돈’ 그 자체였고, 기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돈을 주느냐 마느냐의 아슬아슬한 가시밭길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금에 대한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써 모금을 바라보는 관점이 명확해야 좀 더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내 동료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고민이다. 그 시작은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남이 하는 대로 배운 대로 시작한 모금이지만 내 안에, 우리 조직 안에 ‘모금’에 대한 개념과 의미가 재정비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의 결과를 사회복지현장의 모금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복지권, 사회운동, 지역기반의 변혁이라는 3가지 관점으로 풀어보려 한다.

 2012년 1월 감사원 자료에 의한 사회복지시설 평균 후원금은 시설당 7,800만원이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시설당 7,800만원이라는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수많은 좌충우돌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자료의 후원금 수치 평가는 사회복지 현장의 종사자들이 잘 했다고 격려하기 위해 나온 근거가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 및 보조금 집행 실태를 점검하고 후원금과 보조금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자료이다. 2009년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국내 후원금 총액은 1999년도 보다 3배 증가한 9조 6천억 원이고 사회복지시설에서 개별적으로 모금하는 후원금의 규모는 아동생활시설 308개 및 장애인생활시설 44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각 264억 원(시설당 평균 8,600만원) 및 314억 (시설당 평균 7,100만원)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은 증가하는데 시설들이 관리를 못해서 사건사고가 터지니 앞으로 적정성과 투명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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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원이라는 단순성에서 벗어나야

모금은 사회복지조직에 부족한 복지재원을 마련하여 사업비로 충당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용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외부 환경이 있다. 현재의 모금은 ‘돈’, ‘사업비 부족’이라는 재정적 기반만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인천시의 경우도 사회복지시설 예산이 70%만 확보된 상태로 2015년을 시작했으며, 서울시의 경우도 영유아보육센터의 폐쇄 등과 같은 기존 사업이 중단되거나 인력이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의회 보건복지부 상임위원회 자료인 ‘2015년 회계연도 복지건강실 소관 성과주의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검토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회복지시설 예산지원 형평성과 타당성 점검

-기관의 예산 구조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 차지하는 기관들이 상당수 있고 프로그램 비율은 계속 하향 추세임
-시설의 민간후원 노력은 퇴보.. 서울시 보조금에만 의존
-시설의 관리 운영비를 지출할 때 일정한 평가 등을 거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고, 평가 지표에 후원금 모금 실적 등을 포함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

이 검토 보고서는 사회복지영역 종사자들에게 두 가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첫째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의 전문인력비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 둘째는 앞으로는 후원실적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이야기이다.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야 첫째, 스스로의 전문성을 보장받으면서 둘째, 안정적인 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압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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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서비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원이다. 그 지원의 핵심은 ‘전문가’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에게 순도 높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다. 당연히 인건비의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해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미국의 기금모금가이자 활동가인 댄 팔로타(Dan Pallotta)는 2013년 3월 TED 강연에서 ‘우리가 자선에 대하여 생각하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 되었다(The way we think about charity is dead wrong)’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놓았다. 주요 메시지 중 하나는 “간접비용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선일까”라는 것이다. 이 질문을 던져놓으면서 펼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그는 5만 달러의 시드머니(seedmoney)로 에이즈 환자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하는 행사인 ‘에이즈 라이드(AIDS Rides)’를 기획했습니다. 9년 만에 이 자본을 1,982배 증가시켰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도 1억800만 달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후 ‘유방암의 3일’을 시작했습니다. 35만 달러를 초기 투자해 5년 만에 그 기금의 554배인 1억9400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전면 광고를 하고, 황금시간대 라디오와 TV 광고를 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그는 이 모든 행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그의 단체가 간접비로 총수입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50명의 유능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간접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직했다”며 “그해 유방암 연구를 위한 총수입은 무려 84%나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5%의 간접비를 쓰는 빵 바자회가 40%의 간접비를 쓰는 전문적인 모금 회사보다 더 옳은가요?”
이렇게 되물으며 그는 “우리는 도덕성(morality)과 근검절약(frugality)을 혼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빵 바자회가 71억 달러를 모금하고 전문 모금 회사가 710억 달러를 모금했다면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겠느냐고 그는 묻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23/2014062303362.html

우리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경우에도 통합 예산으로 보조금을 받다보니 사회복지사들이 조직에서 두 발을 딛고 설 수 없는 형국이다. 호봉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예산이 인건비로 너무 많이 편성되는 요인이 되므로 이직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전체 예산의 90%를 인건비로 받고 있는 거주시설도 10%의 사업보조금으로는 대상자들에게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한 중증요양시설의 경우, 후원금이 부족하면 당장 기저귀를 살 수 없어 짓무르는 엉덩이를 보고 안타까워한다고 한다. 당장 내가 속해 있는 2013년부터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만 하더라도 서울시 보조금이 30% 삭감되어 사회복지사 두 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회복지현장은 인력에 대한 지원이 곧 직접비이다. 직접비의 부족은 서비스에 영향이 미치게 되어 있다. 복지재원의 역할을 보완하는 ‘모금’을 보조금의 의존이라고 표현하거나 시설의 평가도구로 적용하겠다는 검토보고서는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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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권을 중심으로

출처: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홈페이지(http://www.jjang2.or.kr/)

출처: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http://www.jjang2.or.kr/)

 UN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인권(Human rights)은 “인류 사회 모든 구성원의 타고난 존엄성과 평등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정의되고 있다. 또한 인권이라는 개념은단순한 ‘인간의 권리’를 넘어,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고 넘겨줄 수도 없는, 인간이 인간답게 생존할 수 있는 조건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 즉 기본권’을 의미한다(박래군, 1999). 영국의 사회학자 Marshall(1963)은 시민권을 논의하면서 공민권(Civil Rights), 참정권 혹은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 사회적 권리(Social Rights)의 3가지 영역으로 인권을 구성하고 있다. 사회적 권리는 우리 헌법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노동 3권, 유급휴가 등 휴식과 휴가의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포괄한다.

 복지권은 사회적 권리에서 파생된 것으로 국가와 사회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와 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대사회는 질병, 사고, 실업, 노령, 퇴직, 이혼 등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많은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위험(Social Risks)은 그 원인과 책임을 개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할 수 없는 것이고 개인에게만 국한되어 발생하지도 않는다. 즉 사회적 위험들은 개인에게도 치명 적이만 그 이웃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회적 위험은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집단적이고 사회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모든 일들이 인간의 복지권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전문적 서비스 행위이다. 질병과 사고로 경제적 활동이 중단된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에게 급식지원과 공부방 참여를 연계하고 지원해 주고 있으며 퇴직과 노령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지역사회에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게 기획하는 것도 사회복지 현장이다. 그럼 우리는 우리의 전문적 영역의 주 대상인 인간의 복지권과 관련된 모든 보장을 국가와 사회에서 책임지게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되지 않나? 또한 ‘모금’을 시설의 평가도구나 보조금의 지원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복지권리를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사회복지시설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복지권을 위해서 우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인건비에 대한 요구와 민간자원을 재정적 대체물로만 해석하려는 국가나 지방정부에 대해서 정당한 요구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가 모든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민간 자원의 동원이나 참여는 공공복지의 대체물이 아니라 보완적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보완적 수단을 지역사회 안에서 잘 발견하고 연계하는 것이 우리의 전문성의 한 분야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문성에 대한 보장은 부끄러움이 아닌 당당함이며, 그런 당당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모금은 비판이 아닌 대안인 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정치적 공약으로 사용되고 급기야 국가적 재정악화로 일어나는 재원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약속된 복지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는가 하면 세금을 더 확보하기 위해 담뱃값이 오르고 연말정산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 요즘 우리 정치사회는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일간 신문에서는 기부를 더 낼 것이냐, 세금을 더 낼 것이냐의 칼럼이 보이기 시작하고 다양한 토론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제 우리 국민들도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권리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시작된 것 같다. 이런 현상들은 이제 국민들도 복지권 즉 사회복지서비스를 국가가 감당하기에는 ‘재정’이라는 기본적인 요소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우리는 복지역할이 국가보다는 이웃과 마을 중심으로 상호부조의 미덕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국가적 어려움이 닥쳤을 경우 모두가 한마음으로 솔선해서 ‘나눔’행동을 했다. 그러나 상호부조의 미덕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지 않고 충분하지 않으면 또한 형평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국가와 민간이 가지는 이런 한계성을 극복하고 복지권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적 도구가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기부와 모금의 확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모금활동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해석될 수 있겠다. 모금은 개인과 조직의 유지를 위한 비용에 개념보다는 훨씬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사회복지현장의 모금 패러다임 전환 〈복지권을 중심으로〉에 이어, 〈2.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3. 지역기반의 변혁>을 연재 하겠습니다.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정현경  현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으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모금활동가로 일한다. 사회복지와 경영을 전공하였으며, 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기부와 모금이라는 단어가 정착되기 전부터 복지와 자원개발을 어우르고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풀어내는 모금해법을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모금을 디자인하라』,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공저), 『장애인복지와 개발』(공저), 연구논문으로 『6시그마를 적용한 비영리조직의 모금활성화 연구』가 있으며, 현재 한국모금가협회와 감사나눔신문에 매월 요청예법, 모금가의 가방, 감사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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