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야말로 선인들의 지혜와 모금의 기적을 잘 설명한 말이라 생각한다.
흔히, 모금을 할 때 우리는 부자이거나 여력이 있는 사람만이 모금에 기여할 수 있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수 십 년 동안 구두 수선공으로 살면서 밤낮 없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대학교에 기부한 명품 수선 장인, 행상과 파출부 등 평생 궂은 일을 하면서 힘들게 모은 고액을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기부한 분도 계신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왜 일평생 고생하며 모은 돈을 기부한 것일까? 이 분들은 본인의 삶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을 통해서 삶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은 크던 작던 간에 자신의 참여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모금하는 사람은 모금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모금에 동참했을 때 어떠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의 특별한 욕구가 있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러한 욕구가 잘 반영되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투명하게 책임을 다해서 수행하고 반드시 그 결과를 공유해야한다.
얼마 전, 유엔의 마크 로콕 구호담당 사무차장은 주요국가 장관급 회의를 소집하고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아프리카 사헬지역(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지역으로 강우량이 연간 2백ml 정도인 지역)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등 3개국의 위기에 대응할 자금 10억 달러(한화 1조1천3백만여 원)를 모금할 계획을 밝혔다.
이 지역은 내전과 악화되는 치안, 정부의 통제 불능 그리고 개발지연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해서 세계 역사상 초유의 1천3백만여 명에 달하는 인도주의 구호대상 인구가 발생했고 그 인구의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다. 또한, 이 지역은 현재 흉년으로 인해 식량구호가 시급한 인구가 7백만 명 이상이다.
이처럼 모금을 위해서는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와 필요한 적정 모금목표액을 설정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 기간을 설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적절한 기부자를 찾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모금방법으로 주요 이해관계자 혹은 일반대중에게 현재 처한 상황과 왜 이 모금이 필요한지를 알리고 모금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금을 하는 사람의 주요역할은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격려자로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모금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자원을 모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마중 물’이 되고 ‘가치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금에 동참하는 사람은 단순히 본인들이 가진 물질적인 것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가치에 동의하고 사명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모금을 수행하는 사람은 모금의 목표가 만들어 내는 결과 즉, 가치를 나누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모금을 하거나, 모금에 동참하거나 우리가 공감하는 가치를 나누는 방법은 각자 선택의 몫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직면한 작은 모금의 동기에서부터 전 세계가 공감하는 주제 등 모금으로 가치를 나누기 위한 지구적 연대와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